사회

우리는 왜 정의를 믿는 걸까? 정의는 모두를 위한 진실일까, 아니면 위로받고 싶은 감정일 뿐일까

느린시사뉴스 2025. 5. 2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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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에서 한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이게 나라야?”
사람들은 고개를 돌렸고, 누군가는 비웃었고,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저녁, 그 영상은 유튜브에서 수십만 번 재생됐다.
댓글엔 “그래도 정의는 살아 있다”는 말이 달렸고,
또 다른 댓글은 “정의 같은 게 어딨냐”며 냉소를 던졌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정의란 대체 뭘까?
우리가 그렇게 자주 말하면서도,
서로 다른 뜻으로 쓰는 그 단어의 정체는 뭘까.

어쩌면 정의란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말을
더 점잖게 하기 위해 쓰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래도 세상은 괜찮아야 한다”는 믿음을
붙들기 위해 만든 희망일지도 모른다.

어떤 방식이든,
우리는 여전히 정의라는 단어에 매달린다.

그래서 나는 묻고 싶었다.

우리는 왜 정의를 믿는 걸까?




1.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믿음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어린 시절 우리는 수없이 들어왔다.
“결국 정의가 이긴다.”
만화책에서, 드라마에서, 선생님의 말에서
정의는 언제나 마지막에 승리했고,
악은 반드시 대가를 치렀다.

그 믿음은 우리를 위로했다.
당장은 불공정해도, 언젠가 ‘옳음’이 드러날 것이라는
심리적 안전망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며 우리는 안다.
현실의 정의는
힘이 있어야만 작동한다.
법은 시간에 따라 움직이고,
진실은 뉴스보다 늦게 온다.
정의가 승리하는 순간은
가끔이고, 더딘 데다, 불완전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묻는다.
“그래도 정의는 살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질문은 믿음이 아니라 절박함에서 나온다.



2. 정의란 무엇인가 – 철학은 정의를 어떻게 보았는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국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의란,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에게 정의는 질서의 구성 방식이자,
사회가 안정되기 위해 필요한 균형 상태였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정의는 더 복잡하고 예민한 문제가 되었다.

현대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를

“가장 불리한 조건에 있는 사람에게도 유리한 구조를 만드는 것”
이라고 설명한다.
즉, 형식적 평등이 아닌, 실질적 공정을 말한 것이다.

이처럼 정의는 시대와 사상에 따라 달라진다.
• 어떤 사람에게 정의란 **‘법대로 처리되는 것’**이고
• 누군가에겐 **‘얻지 못한 것을 되찾는 것’**이며
• 또 다른 누군가에겐 **‘그저 잊히지 않는 것’**이다.



3. 우리는 정의를 믿는가, 아니면 감정의 위로를 믿는가

정의에 대한 믿음은
꼭 ‘도덕적 확신’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많은 경우
억울함, 분노, 회복되지 않은 감정이
‘정의’라는 말에 기대어 자신을 치유하려 한다.

예를 들어보자.
• “그 사람은 벌 받아야 해.”
• “그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었어.”
• “나라면 용서 못 해.”

이 말들 속엔 사실 ‘정의’보다는
감정적 균형을 회복하고 싶은 바람이 숨어 있다.
정의가 실현된다는 믿음 = 내가 받았던 고통이 의미 있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정의는 때때로
도덕이 아니라, 감정의 대리인으로 작동한다.



4. 사회 속의 정의 – 정의는 정말 모두에게 같은가

현대 사회에서 정의는
법, 제도, 미디어, 여론에 의해 설명된다.

그러나 그 정의는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 돈이 있으면 유능한 변호사를 살 수 있고
• 배경이 있으면 언론을 통제할 수 있으며
• 팬덤이 있으면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의가 실현됐다’는 선언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때로는 정치를 위한 이미지,
때로는 언론의 클릭을 위한 연출,
때로는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일지도 모른다.

정의가 공정할 수 있으려면,
그 과정도, 속도도, 방식도 모두 평등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가장 목소리가 큰 이들이 먼저 정의를 외친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정의를 포기하지 못할까

우리가 정의를 믿는 이유는
단지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정의는 우리가 이 사회에
계속 머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 “그래도 누군가는 지켜줄 거야.”
• “그래도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겠지.”
• “그래도 끝엔 진실이 밝혀질 거야.”

이 모든 말은 사실
정의에 대한 믿음이라기보단
우리를 버리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다.

정의가 없으면
우리는 세상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6. 그리고 마지막 질문

우리는 왜 정의를 믿는 걸까?
그건 이기고 싶어서도, 옳고 싶어서도 아니다.
우리가 당한 고통이, 적어도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의는 진실을 향한 이성인 동시에,
삶을 버티게 해주는 감정의 마지막 지지대다.



당신은 지금, 어떤 정의를 믿고 있나요?

법의 이름으로, 감정의 이름으로,
혹은 아무것도 믿지 않겠다는 이름으로.

댓글로 당신의 정의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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